나의 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몽당연필^^ 2016. 2. 29. 22:54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상담실을 차릴까?

일주일간 계속 자주 못 본 친구들이 찾아와서 몇 시간씩 놀다 갔다. 준비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 속상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갔다. 오늘은 정말 목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고 몸살이 날 것만 같았다. 이제 개학하면 못 만난다는 걸 알고 얼굴도 볼 겸 찾아왔다고 하지만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자랑부터 남편이나 시댁에 대한 불평불만, 친구에 대한 섭섭함, 노후 대비 등 사실 별 관심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정신과 의사는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고 상담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칭찬이나 살가운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돌직구를 날려서 상대방을 당황하게도 하고 상처받게도 한다. 그러나 친구들은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나를 찾게 된다고 한다. 그 참 이상한 일이다. 들어주는 것을 조금 잘 하는 편인가? 문제가 있을 때 나를 찾아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친구는 이것을 나의 귀중한 재산이라고 포현했다.

 

이쪽저쪽 치우치지 않으려는 나의 태도가 이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어쩜 사심 없이 직언을 하는 나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내 충고나 돌직구에 기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 대한 반감이 없고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말이다. 평소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려는 마음은 없다. 어느 계층에서든지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멋있게 보이는 법이다.

 

이런 글을 쓰면 자랑이 되어 버리지만 사실 자랑할 게 별로 없다. 우리 아들은 이런 면에서 효자다. 정말 자랑할 것이 없어서 안 하는데 아들 자랑, 남편 자랑을 하지 않으니 내가 겸손한 줄 안다. 차도 없고 집 평수도 작으니 정말 자랑할 게 없어서 안 하는 것이다. 우리 나이쯤 되면 손주 자랑이 제일 첫 번째인데 손주도 없다. 명품 가방도 사주는 사람이 없고 해외여행도 다녀온 적이 없으니... 그래서 나는 본의 아니게 저절로 겸손한 사람이 되는 거다. 그러나 돌직구는 날린다. 며느리 자랑은 십 년 뒤에 해라. 명품 자랑 말고 네가 만든 가방을 자랑해라.

 

남편을 험담하지 마라. 모두가 같은 입장이다. 진심은 아니겠지만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평을 말하는 친구들은 모두가 자기 신랑이 세상에서 제일 별나다고 말한다. 남편한테 물어봐라. 니가 별나다고 말하지. 욕이라도 할 수 있는 남편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이렇게 별 도움도 안 되는 말을 하지만 눈물까지 지으며 시시콜콜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저렇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어떻게 살까? 생각도 하면서 없어서 다행인 게 참 많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생각을 바꾸면 되는데 그것도 어렵고 비우면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나만 왜 그런데 생각하지 말고 모두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덜 억울하다. 상황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진다. 집에 도착한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항상 거기 있어 줘서 고맙다고...내사 갈 데가 있나? 언제나 여기 있을 수밖에... 여기 있어 주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면 그건 어렵지 않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이 자원 방래하니 불역락호아!)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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