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이른 아침 집으로 오는 전화는 언제나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부모님 돌아가신지 십 수년이 흘렀건만
언제나 집전화가 울리면 고향집 소식일 것 같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 수도관이 터졌다. 밥을 못 먹는다.
어지럼증이 심하다. 다리가 아프다. 명치끝이 아프다.'
아들이 없는 우리 집엔 언제나 막내인 내가 모든 해결책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도 일단 내게 통보를 한다.
언제나 그런 통보는 이른 아침에 왔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내 일상을 좌우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며칠 계속 엄마가 꿈에 보이네.’
대구 사는 넷째 언니의 전화였다.
부모님 돌아가신지 15년이 되었다.
87세로 엄마 돌아가시고 6개월 만에 92세의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남들은 호상이라 하였지만 내겐 하늘이 무너지는 날이었다.
사후 양자를 한 지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제사 음식을 해서
고향에 있는 양자 오빠 집에서 모시는 제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오빠도 연세가 많아서 이번 제사부터는 서울 있는 아들이
모시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 엄마 제사에 참석을 하지 못했다.
제사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스스로 죄를 지은 것 같아 꿈속에 보였을 것이다.
산소에 가보자고 했다. 고향집에 살고 있는 큰언니도 몸이 안 좋다고 하니
함께 고향집에 가자고 했다. 기차 타면 3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살면서
고향집에 가기가 꺼려진다. 어릴 때의 아름다운 꿈과 추억이 있는 곳이지만
고향을 떠나 올 때의 그 아픈 기억 때문에 그리운 고향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다.
30여년을 살던 고향집에 지금은 84세의 큰 언니가 엄마의 모습과 꼭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그러나 거동을 할 수 없을 만치 몸이 쇠약해져 있었다.
엄마가 저런 모습으로 나를 반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언니가
엄마의 모습으로 변해 있다. 머지않아 나도 저런 모습으로 변해가겠지.
팔암 바위 꼭대기에 너 찾아오면
내 너 온 줄 알거라고 녹음기에 녹음 해 놓으신 아버지 목소리...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위에 그리움 한 조각 걸리고
아버지, 어머니 목소리 바람으로 내려앉는데...
......
......
그렇지 뭐. 세월을 붙잡을 수 있겠더냐.
그렇게 너도 가고 나도 가는 것 아니겠느냐.
한 때 폐쇄되기도 했지만 수도 없이 지나 다녔던 낙동강 철교
전설따라 삼천리 팔암바위 중 <할미바위>
여기서 목욕을 하면 바위 밑에서 잡아 당긴다는 으시시한 전설이...
할미바위 건너편 <영감바위> 나머지 여섯 개 바위는 잘 모르겠고...
팔암바위 꼭대기 부모님의 영원한 집
부모님과 30 여년을 살았던 옛집
옛집이 이렇게... 지금은 84세의 큰언니가 살고 있는...
지울 수 없는 내 고향 가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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