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리운 잔소리 / 야단 맞고 싶어서...

몽당연필^^ 2012. 12. 14. 21:23

                        < 보고져븐...^^>

 

 

비 오는 금요일이다.

낭만과 애수의 가을비는 가버리고

몸도 마음도 차갑게 하는 추적추적 겨울비,

그래도 비 내리는 날은 일찍 집에 들어가기 싫어지는 날이다.

평소에 인간관계를 제대로 해놓지도 않고선 자꾸 전화를 들여다본다.

 

학기말이라 할 일이 많지만 눈도 침침하고 피곤하고

다섯 시가 넘으니 캄캄하고 서글퍼서 막 퇴근을 하려는데

반가운 전화벨 소리...

재빨리 받았는데 국제 전화, 아들 전화는 항상 가슴이 쿵!

 

별 일 없냐고 물으니 아니나 다를까 또...

멜버른에 있는 친구 졸업식엘 갔다가 친구 집에서

그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놓쳤다고 한다.

다시 친구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혼자서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비행기표 값이 백만 원이 날아갔다나 어쨌다나?

 

그래, 그 소리 하려고 전화했냐니까

아들 왈, 엄마한테 꾸중 좀 듣고 싶단다.

그래야 마음이 좀 안정될 것 같단다.

엄마한테 하소연 하고 좀 머라캐이고 싶다고...

가까이 있었다면 소리소리 질렀을 텐데

전화통에 대고 야단도 못 치고...

 

화가 났지만 억지로 자제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경험은 가장 좋은 스승이라고

다음에는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하라고...

낯선 땅에서 고생해서 번 돈인데 아깝기도 할 것이고

비행기를 놓쳤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열 받았을까?

오죽 답답했으면 엄마 잔소리라도 듣고 싶었을까?

 

그립고 보고픈 마음 얼마나 컸으면 이렇게 전화를 했을까?

혼자서 열 두 시간을 뭐하고 보낼까? 가슴이 묵직하다.

비 오는 금요일 엉뚱한 생각 하고 있다가

아들 전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서 쯧쯧...

   

       

 

 

  

  < 떨어져 있다보니 최근 사진이 없고... 늘 이런 표정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