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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몽당연필^^ 2012. 11. 23. 23:45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과 사람과 사물들을 모으려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나는 그런 것들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숫자에 민감하지 못하고 손익계산을 정확하게 따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어디를 가나 제일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숫자이다. 얼마짜리 차에 몇 평짜리 아파트인지? 얼마짜리 가전제품이며 얼마짜리 가방인지? 심지어 아는 사람이 얼마인지? 키가 얼마인지까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의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사람의 인격이 달라진다.

 

전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자랑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항상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온 내 삶의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회의를 가지기도 한다. 요 근래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때는 그런 나를 순수하고 가치관이 뚜렷하다고 좋게 보아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별종인 것 같고 뭔가 잘못 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돈에 구속되어 살지 않다보니 오히려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하고 사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 내가 아직 당당하고 젊게 보인다면 이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남에게 보이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을 중요시 하면서 살아왔다. 어쩜 대책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돈을 악착같이 모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남의 돈을 빌려가면서 쓰지도 않는다.

 

아직 내 월급의 정확한 액수를 모르고 내 지갑에 얼마의 돈이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산 밥값이 얼마인지를 계산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손해를 본 것 같아야 안심이 된다. 똑 같은 돈으로 어디에다가 더 많이 쓰는가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아니, 가치관에 따라 돈의 용도가 달라질 수가 있다. 꽃이나 선물을 사는 것을 필요 없다고 하고 책을 사거나 공연을 가거나 하는 사소한 것을 두고 사치라고 하고 나를 위해 썼다고 하니 조금 억울한 것도 있다.

 

그동안 건강 관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봄부터 부쩍 주름이 많이 생겼다. 젊을 때부터 헬스와 마사지를 꾸준히 한 친구를 보면 아직 건강하고 피부가 고운데 나는 아직 돈을 주고 마사지 한 번 받아 본 적 없으니 이것도 잘 못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넋두리를 듣던 친구 왈,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ㅇㅇ는 죽어서 옷을 남긴다.’고 한다. 그렇긴 하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선 그것이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겠다. 건강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옷을 사는데 돈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들 녀석이 어느 날 엄마는 계추 같은 게 없냐고 물었다. 물론 좋은 뜻으로 묻는다는 걸 알면서도 뜨끔하였다. 이 나이에 모임이나 계추가 없다고 하면 희귀종을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본다. 심지어 인간성을 의심하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매일 무슨 모임 때문에 개인적인 약속은 하기가 힘들다. 나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랑이나 남의 이야기 하고 떠들고 노래 부르고 하는 것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별난 건가? 그냥, 성향이 그렇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해 본 결과 그다지 유익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그냥 친한 사람 몇 명이서 시간 있을 때 만나서 담소하는 것 외엔 계추를 하지 않는다. 대소사가 있을 때 서로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돈만 모으는 형식적인 모임은 주위에 사람이 많다는 걸 과시할 뿐 실질적으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는 관계가 많다. 숫자가 적어도 개인적으로 진정한 인간관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또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항시 문을 열어 두었었고 항시 나눠 먹을 밥이 있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주위에 사람도 많이 없고 물질적으로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가장 미안한 것이 자식들에게다. 물려줄 아무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큰 소리 친다. 네 인생이야. 대학 졸업하면 네가 알아서 해.’ 이런 내 말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들들은 철저하게 내 탓이오를 가훈으로 생각할 만큼 남에게 책임 전가를 시키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어도 오히려 대한민국 여자들이 엄마 반만 따라가도 남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텐데... 라고 추켜세운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자기만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의 이런 교육법이나 가치관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차가 없고 커다란 냉장고가 없고 커다란 소파가 없는 우리 집, 남들 집보다 없는 것이 많아서 오히려 우리 집 같다고 한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그렇게 되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기합리화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은 남의 삶이 부럽기도 하다. 잘못 산 것인가? 부러우면 지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