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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놀다 / 2012년 7월 5일 비

몽당연필^^ 2012. 7. 5. 22:54

  '노자' 만나러 가는 날

 

 

벚꽃이 피면 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빨리 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벚꽃 지고 만 사월 어느 날의 그 흔들림을 지탱할 수 없어서

병원을 드나들던 나를 보고 친구가 데리고 간 곳.

전통 찻집에서의 '노자' 강의, 벌써 두 달이 되었다.

사람들에 대한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찻집의 분위기가 내 스타일이라 일단 마음이 안정되었다.

 

 

 

강의를 하는 교수님이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하게 말씀을 하시니

불안하던 마음, 분노가 일던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노자 사상' 이란 자체가 '내비 둬' 이다. 가만히 두면 스스로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목청 높여 선동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그러하도록 두는 道(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강의를 마치면 밤 아홉시 반, 몸은 피곤해도 마음 수양이 되고 자아반성을 하게 된다.

코드가 같은 사람끼리의 만남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많은 취미생활도 있는데 하필 '노자'를 들으러 오는 수강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했는데 역시 어느 정도 코드가 비슷한 사람들인 것 같다.

 

 

매주 화요일마다 귀빈 대접을 받으며 파티에 참석하는 느낌이다.

주인님의 미적 감각과 음식 솜씨가 수준 이상이어서 오감이 즐겁다.

어제 배운 것 중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통행본 56장, 백서본 28장) 라는

대목 기억에 남는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子曰,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속내를 다하지 못한다' 라고 했다.

사물을 관찰하면 말에서 멀어지고 말을 하면 사물이 멀어진다.

 

 

언어는 밝히면서 감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가만히 있으라는 것인가.

말을 못해서 병이 났는데 가만히 있으라니...

찻집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도로아미타불이 되지만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유일한 만남이다. 두 달이 지났다. 이제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어 간다. 

일방적인 소통의 단절로 인한 답답한 마음의 출구,  '노자' 만나러 가는 날- 

 

 

우리는 생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상처로 남고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인연으로 남는다.

자랑만을 일삼거나 쟁점만을 일삼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휩쓸리게 되고

온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 부드러움을 배우게 된다.

無爲自然, 함이 없음이 곧 함이 되는 노자사상은 정치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일상에도 적용이 된다.

어쩌면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나이 들수록 마음을 비우고 넓게 가져야 되는데 그것이 수양이 안된다. 

'웃자'라는 그림과 오래 된 벽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우리 집 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젠 웃어야지. 그리움도 원망도 가라앉히고 그냥, 웃을 수 있도록 마음을 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