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단상 / 지금 학교는 (2012년 5월 1일 오후 07:57)

몽당연필^^ 2012. 5. 1. 21:13

지금 학교는

 

 

1학기 1차 지필고사가 끝났다.

이곳은 부모님의 교육열이 높은(?)관계로 시험이 끝날 때까지 초비상이다. 토요휴무로 인해 시험기간에도 시정이 꽉 잡혀 있어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낯선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열어보니 1학년 학생이었다. '이번 시험 모든 과목 망했어요. 집에 가면 엄마한테 죽었어요. ㅠㅠㅠㅠ 큰 일 났어요.' 우리 반 학생도 아닌 1학년 남학생이 왜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 ? 며칠 전에 반 친구의 언어폭력으로 경찰까지 부른 예민한 학생이어서 바짝 긴장이 되었다. 전화를 계속해도 안 받고 그 반 담임샘은 퇴근했고, 추적해서 부모님께 전화하려니 오히려 문제를 확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계속 문자를 보내긴 했는데 걱정이다.

 

요즘 대구의 학교들은 폭력사건과 자살 사건으로 인해 초긴장 상태이다. 며칠 사이에 자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매일 학생들로 인한 큰일이 생겨서 경찰과 학부모님들이 오시고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고 늘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그저께 일어난 자살 사건의 여고생은 학교성적이 최상위권인데 유서를 써놓고 독서실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학교폭력과는 상관없다고 한 그 여학생의 죽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자살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땐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뒤엉켰으리라. 교사로서 부모로서 어쩜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내 마음 또한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피지도 못하고 떨어진 꽃을 애통하고 안타까이 생각하며...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 수 있다. 단지 실행에 옮기지 못할 뿐이지.

우리가, 아니 내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를 기억해 보면, 가족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학생들에게 너무 필요 이상의 관심을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학생 들의 말 한마디만 들으면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교육청으로 전화를 해서 민원제기부터 하는 똑똑한 학부모님들이 많다. 시험점수 1점에 목숨 거는 것 같은 학부모나 학생들의 경쟁심이 무서울 정도다. 예의나 배려, 제비꽃이나 들국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성적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것만이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입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다가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나도 여고 시절 새벽녘 기적소리 들으며 자살을 생각하고 유서를 썼던 기억이 있다. 정말 아무런 이유가 없었고 그냥 그 시간 그 상황의 감상이 현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어도 우리 부모님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내 감정을 알려고 하지도 않으셨다. 그냥 그렇게 크는 거라고 생각하셨고 나도 단지 유서만 썼을 뿐이고 그것은 커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되는 것도 있는데 요즘은 너무 과잉보호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가족이 함께 몸으로 부대끼는 시간이 적다 보니 그 과잉보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민감한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다. 개개인의 특성이 있고 각자의 교육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내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은 내게 어떤 구원을 바라고 싶어서일 테지. 잘못되면 초기대응을 잘못했다고 할 수도 있다. 남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도 본인에겐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학생들에겐 말 한마디라도 고려하고 고려해서 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다. 문자 온 학생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따스한 위로의 문자 한통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