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페라 갈라 콘서트 텅 빈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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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주일 만에 세상이 달라졌다. 벚꽃 진 자리에 초록이 물들고
꽃이 지듯이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속절없이 지고 있다.
언제 벚꽃이 피기는 했었는가? 봄날은 그렇게 가고 있다.
가는 봄은 가도록 두어야겠지. 또 다른 여름이 오고 있으니까.
화창한 토요일 오후 어디로 갈까? 점괘라도 놓을까 하고 있는데
친구가 오페라하우스로 오라고 했다. 이런 눈물겨운 일이...
대구시립오페라단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오늘 오페라 하우스에서
갈라 콘서트를 공연한다고 했다. 라트라비아타, 춘향전, 라보엠,
돈 지오반니, 리골렛토, 아이다, 카르멘, 투란두트, 파우스트, 토스카 등에서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 주일의 혼란했던 시간들을 잊고 다른 세상에 나를 맡겼다.
어둠은 차츰 나를 안온하게 감싸고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지 않고 특별한 무대장치나 극적 효과 없이
계속 아리아만 듣고 있으니 단조롭고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역시 가장 많이 알려진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를 때 몰입했고 그 곡이 끝난 후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컸다.
그런데 1부가 끝나고 2부 공연에 무대 앞으로 초대받는 행운을 누렸다.
바로 옆에서 관람하니 무대에서 출연진들과 함께 공연을 하는 기분이었다.
관객들의 앞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특히 관객석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던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바로 앞에서 정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무엇인가를 지휘할 수 있다는 것- 부럽다. 그 열정이 아름답다.
삶이 시들해질 때 공연을 관람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열정을 느끼는 것이다.
바로 앞에서 지휘자를 보면서 노래를 들으니 감동이 배로 증폭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배우나 가수들의 모습은 역시 먼데서 보는 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다.
오페라 아리아가 모두 끝나고 출연진들과 무대에서 함께
이은상 시 박태준 곡의 '동무생각'을 합창하면서 오페라 갈라 콘서트의 막이 내렸다.
보통 때는 볼 수 없는, 공연이 끝난 뒤의 텅 빈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또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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