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편지 / 그리운 이에게-

몽당연필^^ 2012. 1. 2. 16:41

 

  그리운 이에게-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엔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한

추억 한 자락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를 누군가가 봐 줄 수 있다면

행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무수한 만남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많은 만남 속에서 마음속에 간직하고픈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축복일 수도 있겠죠.

아름다운 만남을 맺어 주는 것은 신의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아름답게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이기에 참 행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첫눈이 내리면 첫사랑이 생각난다는 보편적인 정서를

저는 불행히도 알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인연을 알지 못하고 그냥 스치고 지나갔는지

아님 아름다운 향기를 가지고 있지 못했는지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이 뚜렷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아니, 어쩜 애써 그 기억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늘 마음속에 그리던 사람은 그렇게 마음속에만 머물다 가버립니다.

만남보다 이별의 기억이 더 많이 남겨진 지금,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만남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차곡차곡 쌓여진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간으로 발효되고

그 기다림의 시간들은 또 다른 그리움을 만들어 가면서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졌습니다.

 

 어차피 기다리는 일이 우리 인생의 대부분이 아니던가요?

그리움을 치유하는 한 방편이 곧 기다림일 수도 있으니까요.

또 다른 무엇을 기대하며 내일 아침을 기다리고

잡히는 아무것 없어도 또 다가오는 저녁을 기다리고...

기다림의 결과보다는 기다림의 시간 자체가 그리움을

견딜 수 있는 희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새벽 세 시, 무슨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다시 잠을 청할 수도 있지만 그리운 이에게 편지 한 장 쓰고 싶습니다.

사실은 지금 이 시간 그리운 이가 누구인지도 혼란스럽습니다.

너무 많은 그리움을 꾹꾹 눌러서 마음 안에 담아두었더니

용량이 초과되었습니다. 지워야 하는데도 지우지 못하는,

아무에게나 말할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이 그리움-

 

 물론 이 그리움은 가버린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삭이는 방법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가끔 길 위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와락 끌어안고 울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에 있나?

사람을 만나고 오면 더욱 더 가슴 저미는 이 적막한 쓸쓸함-

이 막막하고 쓸쓸한 길에 등불하나 밝혀주는 사람 있었음 참 좋겠다고,

가만히 내 넋두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 있었음 참 좋겠다고...

 

 어느 날 문득 낯선 떨림으로 다가온-

그러나,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어쩜 있지도 않을지도 모릅니다.

가슴 저린 이 느낌을 행복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간직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쓸쓸함입니다.

쓸ㆍ쓸ㆍ함

 

 아프다고 말하면 얼마나 아프냐고 손잡아 주고

그립다고 말하면 체온으로 감싸 줄 수 있는 사람,

언제까지 기다리라고 말 한마디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그러나 또 기다려야 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리고 또 웃어야겠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라고...

 

 그냥, 이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말할까요?

그렇겠지요? 부질없는 것이겠지요?

참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질없고 허망한  짓이

어쩜 나를 지탱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읽고 지워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니 읽지 않고 그냥 지우셔도 그만이구요.

새벽에 잠이 깨면 이 것 말고 달리 할 일이 없으니까요.

잠시 ‘그리운 이’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2011. 12. 11. 새벽에 - ‘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