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로 옮겨오고부터 블로그를 중단하고 있다. 생각도 체력도 예전보다 떨어진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기억하기도 힘든 것들이 많다.
꼭 기록해 두고 싶어서 오랜만에 여기에 들어왔다. 그저께 동료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가야했다. 서울엔 혼자서 간 적이 없었고 늘 누구와 함께 간 것 같다. 혼자 가려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생각 난 사람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을 하신 은사님을 뵙고 싶었는데 늘 미루어 왔다. 일 년에 한 두번 겨우 연락해 와서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지나 않을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연락을 드렸더니 너무나 반갑게 보고싶다고 오라고 하셨다.
일흔 아홉, 내년이면 여든이신 선생님은 아직 목소리도 소녀 같으시다.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부부가 선생님 아파트까지 데려다 주어서 헤매지 않고 쉽게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연세는 들었지만 정말 55년 전 그때의 분위기 그대로이셨다. 여전히 기품 있으시고 고우신 모습으로 그림도 그리시고 책도 읽으시고 요가도 꾸준히 하셔서 생각보다 건강이 좋으신 것 같았다.
조용조용히 말씀하시는 걸 보며 선생님의 삶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많이 반성해야겠다. 선생님께서는 친정에 다녀온 딸같이 그림이며 도자기며 과자며 심지어 애장품 선글라스까지 챙겨서 바리바리 싸 주셨다. 내가 선생님의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받기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기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포장한 도자기를 보려고 물건을 풀었는데 도자기 안에 간단한 메모를 한 편지 봉투가 있었다.
아~~!
봉투 안에 금일봉까지 ...
울컥해서 한참을 멍하니 그대로 앉아 있었다. 친정 부모님도 안 계시니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는 선생님이 엄마처럼 생각되어서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하기까지 했다. 돈의 액수라든가 물건의 가격이라든가 그런 것은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
서로가 진심이 통해야 한다는 것~
힐링이란 이런 것이다 꼭 선생님의 성품과 인품을 닮은 곱고 맑은 그림을 보며 마음이 안정되고 맑아진다는 걸 느낀다. 며칠간 희뿌연 사건 하나가 있었는데 다행히 해결이 되는 것 같다.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거실에 앉아서 벚꽃 핀 강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평화롭게 차 한잔을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원래 나의 위치로 돌아온 것 같다.
<선생님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