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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심화 /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몽당연필^^ 2013. 1. 3. 17:32

 

「세계 명작을 찾아서」 심화 학습 자료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참고자료 :

 

 

 

 

 

생각거리 : 

 

 

 

집 필 자 :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학수 옮김, 『카라마조프의 형제』(범우사)

정창범 지음, 『도스토예프스키』(건국대 출판부)

콘스탄틴 모출스키 지음, 김현택 옮김, 『도스토예프스키』(책세상)

얀코 라브린 지음, 홍성광 옮김, 『도스토예프스키』(한길사)

권철근 지음, 『도스토예프스키 장편 소설 연구』(한국 외국어 대 학교 출판부)

①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가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자.

② 부친 살해 모티프, 선악과 丘원 등의 문학적 주제가 작품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하남석_ 유레카 논술·구술 연구소 강사

 

 

★ 들어가는 글

 

  “그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 그는 내 생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행운 가운데 하나다.”      ― 프리드리히 니체

 

  “그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자리를 차지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지금까지 쓰인 가장 장엄한 소설이고,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세계 문학사의 압권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20세기 사상계의 큰 별’이라 할 니체(F. W. Nietzsche, 1844~1900)와 프로이트(S. Freud, 1856~1939)가 이렇듯 입을 모아서 극찬했던 주인공이 바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ylovich Dostoevskii, 1821~1881)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 〕 역시 자신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존경하는 작가로 카프카(F. Kafka, 1883~1924)와 함께 도스토예프스키를 꼽았다.

  이러한 도스토예프스키 최고의 걸작이자 40여 년에 걸친 작가적 경험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종교적 신념과 철학적 회의를 바탕으로 평생 동안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살펴보자.

 

 

★ 심화 자료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

“도스토예프스키, 그는 러시아가 낳은 악마적인 천재였다.” ―  막심 고리키

도스토예프스키는 1821년 모스크바의 마린스키 빈민 구제 병원에서 일곱 자녀의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그 병원 의사라서 가족들은 병원 사택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 미하일은 몰락한 시골 귀족 태생으로 성격이 거칠고 인색한 반면에, 상인의 딸이었던 어머니 마리아 네차예바는 선량하고 자애로웠다. 아버지 쪽의 가문을 내세워 자신을 귀족이라 말하기 좋아했지만, 평생 가난과 역경, 간질로 고생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은 오히려 평범한 시민이나 프롤레타리아와 닮은 데가 많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불행은 부모를 일찍 여의면서 시작되었다. 16세 때 폐결핵을 앓고 있던 어머니가 사망했고, 2년 뒤에는 아버지마저 농민 폭동에 휘말려 살해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근근이 아껴 모은 돈으로 100명가량의 농노가 딸린 농지를 사들였는데, 지나친 학대와 독선적 운영 때문에 화를 입은 것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도스토예프스키는 형 미하일과 함께 가족을 돌보아야 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그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고, 이는 뒷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4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육군 사관학교 부설 기술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성에 취직했다. 기술 소위로서 설계 업무를 맡았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은 고독하고 불행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그 당시 러시아에 밀려든 낭만주의 문학의 파도는 젊은 그의 마음을 적셔 주었다. 셰익스피어, 실러, 호프만, 발자크의 작품들에 도취된 그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고, 문단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는 한편 작품을 써 나갔다. 1846년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로 비평가들에게서 격찬을 받았으며, 연이어 『분신』·『백야』 등을 발표하여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이 무렵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이 터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영국과 프랑스의 사회주의 사상을 연구하는 사회주의 단체에 가입했는데, 이 모임은 페트라셰프스키라는 전직 외교관이 1844년부터 이끌어 온 비밀 결사였다. 1849년 봄, 러시아 정부는 이 단체 회원 전부를 반역죄로 잡아들였다. 핵심 멤버는 아니었지만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체포되었고,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그러다 사형 집행 직전 황제의 특별 사면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베리아 유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년간의 유형 생활은 그의 모습을 신을 믿지 않는 사회주의자에서 신앙심 깊은 종교적 인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하여 그는 변혁의 의의와 가능성을 부정하고, 인간의 불행의 원인과 그 탈출구를 인간 내면에서 추구하게 되었다.

이렇듯 러시아 정교에서 구원의 길을 찾으려 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 고뇌의 원천은 인간의 원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회 제도의 조건들과는 무관하다. 인간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 그리고 그 내면에 숨어 있는 죄악과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도덕적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인간 구제의 길은 신에게 있다. 사회주의의 본질은 무신론으로 신을 부정하여 구원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데 있다.”

1858년 도스토예프스키는 10년 만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예전의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하여 발표한 『학대받는 사람들』과 『죽음의 집의 기록』은 신랄한 현실 비판과 러시아 민중에 대한 신뢰로 찬사를 받았다. 이 무렵 도스토예프스키는 형과 함께 월간지 <브레미야>를 발간했지만, 잡지사 경영은 실패로 돌아갔다. 게다가 1864년에는 유형지에서 만나 결혼했던 부인 마리아, 그리고 형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면서 큰 빚을 떠안았고, 남은 가족의 생계도 책임지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빚쟁이들과 출판사의 요구에 시달리면서 『지하 생활자의 수기』, 『죄와 벌』 등의 걸작을 완성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반역과 폭력, 혁명을 상징하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오만함과 무신론, 그리고 소냐의 온화함과 신앙심을 대립시켜 뒤엣것의 승리를 묘사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노파를 살해한 근거는 낭만주의에서 비롯된 ‘나폴레옹에 대한 환상’이나 니체의 ‘초인(超人) 사상’을 바탕으로 한 ‘강자의 사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노파를 살해하고 나자 죄책감과 후회만이 밀려왔고, 그는 인류와의 단절감 때문에 괴로워해야 했다. 결국 이 작품은 너무나 인간적인 한 청년이 ‘강자의 사상’을 현실에 구현하려다 패배하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속기사 안나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자마자 빚쟁이들을 피해 외국으로 도주해야 했다. 신들린 듯 집필에 몰두하여 『백치』와 『악령』을 완성한 그는 생애의 마지막 10년간인 1871년에서 1881년 사이에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하여 1880년에는 필생의 대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탈고했다. 또 1880년 6월 8일 푸슈킨 동상 제막식에서 러시아의 위대한 운명과 러시아 민족의 범인류적 사명을 역설하여 열광적인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1881년 폐동맥 파열로 세상을 떠났고, 그 유해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애도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에 묻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도스토예프스키가 살았던 시기는 러시아 역사상 급격한 사회 변동이 일어나고 현실의 모순들이 날카롭게 대립하던 때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배경이 되는 1870년대에는 경제적·사회적 혼란이 특히 심했으며, 농노제가 폐지되기 직전인 1860년대와 마찬가지로 전제 차르 정권의 권력자들과 중산층 지식인들의 팽팽하게 맞섰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에 이러한 러시아 사회의 혼란상, 그리고 인류의 근원적인 고통과 모순을 담아냈다. 여기에는 죄의식, 심판, 처벌, 참회, 구원 등의 주제가 19세기 러시아의 현실에서 건져 올린 생동감 넘치는 인간 군상, 선악의 선명한 대립, 치밀하고 집요한 심리 묘사를 통해 드러나 있다.

그런데 1928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내면 심리를 그대로 투영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부친 살해범’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바로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였다.

프로이트는 ‘모든 예술 작품은 꿈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정신 분석학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지름길’로서, 의식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무의식적인 사고나 욕망을 가장 선명하고 다양하게 비추어 준다. 그래서 정신 분석학에서는 꿈의 분석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본능적·충동적 소망은 대부분 성적인 것이고, 의식의 눈, 곧 도덕적 잣대로 보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꿈은 그러한 무의식적 충동을 의식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위장’하고 ‘왜곡’시켜 드러낸다. 예를 들면 사촌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무의식적 소망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러한 소망은 근친상간으로서 현실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이런 소망이 그대로 꿈에 나타난다면 그 사람은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래서 꿈에서는 사촌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타난다. 한마디로 꿈이 ‘위장’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환상의 형태를 빌려서나마 무의식적 소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

프로이트는 예술 작품 역시 예술가의 무의식적 소망이 위장되어 드러난 결과물이라 생각했다. 그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중심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뒤,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부친 살해 심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이라든지,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어머니뻘 되는 전당포 노파를 끔찍하게 살해하는 장면은 모두 이러한 심리의 표현이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아버지는 자신의 영지에 속해 있는 농노에게 도끼로 살해되었다. 그때 도스토예프스키는 한창때인 열여덟 살로, 평생 그를 괴롭힌 간질 발작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전기적 사실을 근거로, 도스토예프스키의 간질 발작은 히스테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정신 분석학에서 보자면, 부친 살해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결코 끔찍한 것도,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게 되어 있는 일종의 통과의례(通過儀禮, 출생·성년·결혼·사망 따위처럼 사람이 일생 동안 새로운 상태로 넘어갈 때 겪어야 할 의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와도 같다.

 

 

★ 내용 확인

 

터 잡기

1.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스메르쟈코프의 성격을 분석하고, 자신의 성격은 어떤 인물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자.

 

                                                                               

                                                                               

                                                                               

                                                                               

                                                                               

                                                                                                                                                               

                                                                               

                                                                               

                                                                                                                                                               

 

길잡이_ 도스토예프스키는 생동감 있고 입체적인 인물 묘사로 유명한 작가다. 작품에 나오는 중심인물들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 보자.

 

논술하기

1. 제시문 (가)~(라)에는 서로 다른 종교관을 가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이반과 알료샤의 견해가 드러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전지전능하고 최고의 선이기도 한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며, 악을 싫어하는 완전한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왜 이 세상 어디에나 온갖 종류의 악이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왜 이러한 악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므로 악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그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므로 악의 횡포를 내버려둘 리가 없다. 또한 그는 선한 존재이므로 악을 원할 리도 없다. 그렇다면 왜 이 세상에는 그토록 무수한 악들이 날로 번창해 가고만 있을까? 이러한 의문들을 염두에 두고 각 제시문을 읽은 뒤에, ‘신과 인간’, ‘선악과 생사’에 관해 어떤 태도를 지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가) “‘어째서 저 개가 다리를 저느냐?’ 하고 장군이 묻자, 이러이러한 아이가 돌팔매질을 하며 놀다가 다리에 상처를 입혔다고 어떤 하인이 대답했지. 장군은 아이를 돌아보더니 ‘네가 그랬구나, 이놈을 잡아 가두어라!’ 하고 소리쳤어. 그래서 하인들은 그 아이를 어머니 손에서 빼앗아다가 하룻밤을 가두었지. 다음 날 아침 날이 새기도 전에 사냥 채비를 갖춘 장군은 말을 타고 나타났어. 그 옆에는 식객들, 사냥개들, 개 기르는 하인들, 말을 탄 몰이꾼들이 늘어섰고, 주위에는 본때를 보여 주려고 모이게 한 남녀 농노 전원이 둘러서 있었지. 그리고 맨 앞에는 그 아이의 어머니가 서 있었어. 이윽고 그 아이가 끌러 나왔어. 안개 낀 음산하고 추운 가을날이라서 사냥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였지. 장군은 아이의 옷을 벗기라고 명령했어. 벌거숭이가 된 아이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말도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지. ‘자, 저놈을 내몰아라!’ 하고 장군이 명령하자, ‘뛰어라, 뛰어!’ 하고 몰이꾼들이 아이에게 외쳐댔어. 그 아이는 달아나기 시작했어. 그러자 장군은 ‘달려들어!’ 하고 외치며 사냥개들을 모조리 풀어 주었어! 이렇게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개들은 무슨 짐승이라도 쫓듯이 그 아이를 쫓아가서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말았다는 거야.”

 

(나) “오, 알료샤! 나는 결코 신을 비방하려는 건 아니다. 만일 하늘 위와 땅 밑에 있는 것이 모두 하나의 찬가가 되어, 삶을 누리고 있는 것과 전에 삶을 누렸던 것이 모두 한목소리로 ‘주여! 당신의 말씀은 옳았나이다. 이는 당신의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부르짖을 때, 우주 전체가 얼마나 진동할 것인가 하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리고 그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개에게 물어뜯기게 한 폭군과 얼싸안고, 이 셋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한목소리로 ‘주여! 당신의 말씀은 옳았나이다.’라고 외칠 때, 그때야말로 참다운 깨달음이 이루어져 모든 것이 명백하게 해명될 것이 틀림없어, 그러나 여기에는 또 하나의 장애가 있어, 나는 그것을 허용할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나 자신의 방법을 서둘러 마련해야겠어.”

 

(다) “나는 용서하고 싶어, 나는 포옹하고 싶은 거야. 나는 더 이상 인간이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아. 만일 어린아이들의 고통이 진리의 보상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면, 나는 미리 ‘어떠한 진리라도 그만한 가치는 없다’고 단언해 두겠어. 그런 대가를 지불할 바에는 개에게 아이를 물어뜯게 한 폭군을 그 아이의 어머니가 포옹하지 않기를 나는 바라겠어. 어머니라고 해서 그 폭군을 용서할 권리는 없으니까. 그래도 굳이 바란다면 자기 몫만을 용서해 주면 되는 거야. 아이 어머니로서의 한없는 고통을 용서해 주면 되는 거지. 그러나 갈기갈기 찢긴 그 아이의 고통을 용서해 줄 권리는 어머니에겐 없어. 가령 그 아이가 용서해 준다고 해도, 그 어머니에게는 폭군을 용서해 줄 권리가 없는 거야! 만일 아무도 용서해 줄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도대체 그 형평은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이 세상에 용서해 줄 자격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일까? 나는 형평 같은 것은 바라지 않아. 인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바라지 않는 거야. 나는 차라리 보상받을 수 없는 고민으로 시종하고 싶어. 비록 내 생각이 틀렸다 하더라도 보상받을 수 없는 고뇌와 풀릴 길 없는 분노를 품은 채 남아 있어.”

 

(라) “그것은 일종의 반역(反逆)입니다.”

  알료샤는 눈을 내리깔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반역이라고? 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반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반역으론 살아갈 수 없잖아? 나는 살고 싶은 거야. 그보다도 너한테 한 가지 묻겠는데, 솔직히 대답해 다오. 가령 내가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평화와 안정을 줄 목적으로 운명의 탑을 쌓아 올린다고 하자. 그런데 죄 없는 어린아이로 하여금 보상받을 길 없는 피를 흘리게 한 다음에야 이 탑을 쌓을 수 있다고 한다면, 너는 과연 그러한 조건 아래서도 그 탑을 쌓는 건축 기사가 될 것에 동의할 수 있겠니? 자, 솔직하게 대답해 다오.”

  “아뇨,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알료샤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또 하나, 너한테서 그런 탑을 물려받은 세상 사람들이 그 조그만 희생자의 보상할 길 없는 피의 대가로 세워진 행복을 기꺼이 받아들여 영원히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너는 용납할 수 있겠니?”

  “아뇨, 용납할 수 없습니다, 형님.”

  알료샤는 갑자기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형님은 아까 ‘용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겠느냐.’고 물었지요? 그렇지만 그런 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분은 모든 일에 대해서 모든 인간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자기의 무고한 피를 흘리셨으니까요. 형님은 그런 분이 존재한다는 걸 잊고 계셨군요. 바로 그분을 토대로 하여 그 탑은 세워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분을 향하여 우리는 ‘주여! 당신의 말씀은 옳았나이다. 이는 당신의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옵니다.’라고 외칠 수 있는 것입니다.”

 

                                                                               

                                                                               

                                                                               

                                                                               

                                                                                                                                                               

                                                                               

                                                                               

                                                                               

                                                                               

                                                                               

                                                                               

                                                                               

                                                                               

                                                                                                                                                               

                                                                               

                                                                               

                                                                               

                                                                               

                                                                               

                                                                               

                                                                                                                                                               

                                                                               

                                                                               

                                                                               

                                                                               

                                                                               

                                                                                                                                                                                                                                               

                                                                               

                                                                               

 

길잡이_ 1998학년도 서강 대학교 정시 모집 ‘가’군 논술 고사에 출제된 문제다. 신을 폭군에 비유하여, 개에게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아이를 사냥개에게 물어뜯겨 죽게 한 폭군을 용서할 수 없다는 이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알료샤의 상반된 입장을 철학적·종교적 차원에서 풀어 가야 한다. 문제에서 이미 신의 존재를 근거로 하라고 하였으므로, 주장이 유신론과 무신론에 관한 것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본문 224쪽 참조】 시베리아의 감옥에서 보낸 4년은 그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살인범, 강도 등과 함께 강제 노동을 하며, 그는 추위와 굶주림, 학대에 시달렸다. 읽을 것이라고는 오로지 『성서』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면서, 인간 내면에 선과 악이 무질서하게 섞여 있으며,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 악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이 본래 선을 추구한다거나 선과 악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으리라는 상식적인 믿음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혼란과 파멸로부터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외부의 강제적인 힘, 곧 법률이나 정치적인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보다 삶에 대한 정신적·종교적인 긍정에서 비롯되는 내적인 변화만이 개개인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이 동물의 수준에서 벗어나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게 해 주는 존재가 바로 신이라 보았다.

 

 

★ 생각해 보기

 

1.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려는 바는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길잡이_ 도스토예프스키가 평생 꿈꾸어 온 이상적 인간상은 알료샤였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다른 세 형제들에게는 없는, 알료샤만의 미덕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227쪽 참조】 이에 비해 견습 수사인 알료샤는 신의 자비와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천사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동포애를 강조하는 조시마 장로에게 감명받아, 신에 대한 사랑을 세상에서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증오와 분노에 찢긴 가족들을 자신의 신앙심과 애정을 통해 화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악마적인 어둠이 지배한 카라마조프 집안에서 그는 아버지와 형들 모두에게서 사랑과 신뢰를 받는 유일한 존재다. 다른 형제들은 포악하고 사악한 어둠 속에서 피를 흘리면서 고통스럽게 걸음을 옮기지만, 알료샤는 홀로 찬란한 빛 속을 걸어간다. 알료샤는 더러운 피가 흐르는 인류의 마지막 구원을 상징하는 희망이자, 도스토예프스키가 꿈꾸어 온 이상적 인간이다.

결국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들들의 어두운 영혼 속에 깃든 부친 살해에 대한 욕망을 파헤치면서, 황폐한 무신론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알료샤를 창조했던 것이다. 작가는 살인 사건을 중심축으로 철학적·종교적·사회적 소재를 접목시켜, 평범한 추리 소설적 긴장감에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 이러한 혁신적 기법과 강렬한 문체, 범인을 비롯한 도덕적 불구자들의 어두운 내면을 밝혀 주는 구원의 희망이라는 주제가 독특하게 결합되었다는 점이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매력이다.

 

 

 

1.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을 쓸 당시, 러시아에서는 “평범한 사람은 기존의 도덕과 법률에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나폴레옹 같은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해 사회의 도덕과 규범을 딛고 넘어설 권리가 있다. 사회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이들은 어떠한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는 허무주의적인 초인 사상이 한창 유행하고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무신론자인 라스콜리니코프 역시 이러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병적인 사색 끝에 ‘이〔蝨〕’와도 같이 사회에 해만 끼치는 고리 대금업자 노파를 죽여서 이 사상을 실천에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