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 진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네가 만약 오후 네 시에 온다고 하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거야-
오늘 토요 논술 시간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에 나오는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해 토론했다. 중학교 때부터 몇 번이나 읽은 책인데 요즘 관계형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오늘 이 구절이 다시금 가슴에 다가와서 옮겨 본다.
“이리 와 나하고 놀자. 난 정말 슬프단다...... ”
“난 당신하고 놀 수가 없어요.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요.”
여우가 대답했다.
“아! 미안해.”
그러나 잠시 생각한 뒤에 어린 왕자는 덧붙여 말했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말이지?”
“그건 너무나 쉽게 잊혀지는 말이에요. 그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에요.
여우가 대답했다.
“관계를 맺는다고?”
“그래요. 내게 당신은 아직 수많은 다른 어린이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 역시 내가 아쉽지 않고요. 당신이 보기에 나는 수많은 여우들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당신이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요. 당신은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나 역시 당신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겁니다."
"이제 좀 알아듣겠는데."
어린 왕자는 말했다.
.......(중략)
여우는 어린왕자를 오래오래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
“제발...... 나를 길들여 주세요.”
“나도 그러고 싶어. 그렇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들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너무나 많아.”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들만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만한 시간조차 없어요. 사람들은 다 만들어 놓은 물건만 가게에서 사죠. 그렇지만 우정을 파는 가게는 없으니,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어요. 친구가 갖고 싶거든 나를 길들여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니?”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 해요. 처음에는 내게서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어야 돼요. 내가 곁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면 당신은 아무 말도 마세요. 말이란 오해가 생기는 근원이니까요. 그러나 하루하루가 지나는 동안 당신은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돼요.”
......(중략)
- 그렇지만 그 장미꽃 한 송이만으로도 너희들을 모두 당하고도 남아. 내가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 바람을 막아 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도 그 장미꽃이었지. 나는 내 꽃이 불평하는 소리도, 자랑하는 소리도 들어 주었지. 그리고 때때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도 이해해 주었어.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
그리고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다시 와서 작별 인사를 했다.
"잘 있어."
"잘 가세요. 그전에 내 비밀을 일러 줄게요. 아주 간단한 거예요.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되뇌었다.
"당신이 그 장미꽃에게 바친 시간 때문에, 당신은 그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 거예요.
"내 꽃에게 바친 시간 때문에......"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받아 말했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걸 잊어버리면 안돼요. 당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당신의 장미꽃에 대해서도 당신은 책임이 있어요."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어린 왕자는 머리에 새겨두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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