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유서? / 2012년 1월 15일 오전 11:09

몽당연필^^ 2012. 1. 15. 11:13

시간이 많아서만은 아닐텐데 요즘은 왜 계속 정리를 하는지

깔끔하게 대청소를 한다는 게 아니고 지나간 일들을

버리고 되새기고 분류하고 남기고...

좋은 징조가 아닌데...

버릴 것은 버리고 잊을 것은 잊고 지나간 것에 대해 연연해 하지 말자.

그러면서 며칠을 정리한 결과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사흘 후에 수술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다.

참을 수 없는 그 고통을 잘 견디어 왔는데 이제 더 이상 못 견디겠다.

빈혈 때문인지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면역력도 떨어져 걸핏하면 감기다.

이쯤 되면 얼굴도 핼쑥하고 몸무게도 줄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손가락 꼼짝 하는 것도 귀찮아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밥도 요새는 하기 싫고 먹기 싫고...

 

여고시절 책갈피에 몇 번씩 유서를 갈아 끼우곤 하던 때가 생각난다.

입원하기 전 유서를 한번 써 볼까?

아니 요즘은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이 다 유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고시절 그 때는 유서를 길게도 썼는데 지금은 오히려 딱히 남길 말이 없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둘 결혼을 시키고 나면 죽어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직은 죽으면 안 되겠다. ㅋㅋㅋ

 

막상 수술을 하려고 하니 무섭다.

처음으로 일주일간 집을 비우게 된다.

세 남자는 모두 올 수 없는 먼 곳에 있고 혼자서 짐 싸서 병원에 가야하니...

‘간단하대. 죽을 병은 아니니까 걱정 마’ 겉으론 씩씩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요즘 며칠 그가 자꾸 생각난다. 안녕이란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장롱 서랍을 정리하다가 나온 물건들...

어쩌자고 이것들은 아직도 내 주위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문 밖을 나서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지.

우리의 생은 예측할 수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이 상념들...

그러면서도 베란다의 꽃 걱정을 하고, 설 제사 걱정을 하고,

아들 밥 걱정을 하고, 수술 후유증 걱정을 하고...

아이구 모르겠다. 한 일주일간 병원생활 체험을 해보자.

책 다섯 권 샀다. 병원에서 읽으려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