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편지 / 사랑하는 당신에게- (1986. 4. 8)

몽당연필^^ 2012. 1. 10. 11:38

사랑하는 당신에게-

 

 

추억의 편지 코너를 만들어야겠다.

오래 된 편지 정리를 하였더니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쏟아져 나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참 많은 편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었고 진심으로 썼던 기억도 별로 없는데 지금 보니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 군대 간 초등학교 친구에게 받은 편지도 있고 중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물론 여자친구)와 연애편지 비슷한 편지를 주고받았다. 지금 읽어보니 우습기도 하고 그때 우리들의 감상적이고 순수했던 마음을 보는 것 같아서 그 친구와 함께 읽어보고 여고 시절을 떠올리며 회상에 젖었다. 그런데 내가 보낸 소중한 편지들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으니... 누구에게던가? 내용이 무엇이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두루말이로 길게 보낸 편지들도 있었는데, 만약 내가 작가가 되었다면 작품이 될 수도 있겠구먼.

 

이 많은 편지 중에서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우리 신랑 편지만 없다. 글씨는 잘 썼는데 공대를 졸업해서인지 정말 편지를 못 썼다. 여기서 편지를 잘 쓴다는 것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문학적 표현인 것 같다. 문학소녀였고 글자 틀리는 것에 예민했던 난 늘 그것이 불만이었다. 언제 한번은 누구에겐가 편지글을 교정해서 돌려보낸 적도 있었다. 남편 후보감 1순위가 키 크고 편지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거리가 가깝고 연애를 길게 하지 않아서인지 정성을 다해서 보낸 연애편지도 없고 신혼 초(주말 부부)에 보낸 재미없는 편지 몇 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것도 남편 편지는 한 통뿐이고 내가 보낸 편지가 두 통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도 유일하게 사랑하는 당신에게-’ 라는 서두가 있는 편지다.

 

한 이틀 편지 정리를 하다가 다른 사람들을 너무 그리워 한것 같아서

오늘은 우리 신랑을 그리워하고,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 해야겠다.

 

 

 

활자화 시키면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 사진으로 올려 본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 1986.4.8

 

 

개구리 울음 소리 들리는 새벽에- / 1986. 5. 13

 

 

새하얗게 빛나던 목련꽃과 그 꽃 그늘에 쌓이는 감당할 수 없던 정적과 고독-

 

 

당신 가슴 속에 손 넣고 잠 들고 싶습니다

 

 

너무 좋은 사람이란 평을 듣던 남편에게 보낸 추신이 눈에 띈다

 

 

결혼 전 받은 유일한 신랑의  편지 (당신의 '영원한'-) / 1985.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