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편지 / 그리운 은사님의 편지

몽당연필^^ 2012. 1. 6. 11:22

 

그리운 은사님의 편지

 

 

요즘은 휴대폰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시대이다 보니 우표 붙은 편지를 받아 본 지가 참 오래다. 오늘 아침, 쌓인 우편함 속에서 나온 보물 같은 이 편지- 예쁜 이 편지지에 적힌 이름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이런 편지 봉투는 학생들에게는 가끔 받지만 내 주소를 모를 테고, 그저께서야 선생님이 생각나서 연하장 하나 달랑 보냈는데 날짜를 보니 같은 날에 서로 보낸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선생님이셨으니 이제 일흔을 넘보고 계신다. 40여 년 전, 시골 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서 우리 반 담임이 되신 선생님은 긴 생머리에 가냘픈 체구로 너무도 아름다운 분이셨고 무엇이든지 열정을 다해서 가르쳐 주셨다. 특히 합창부와 악대부를 지도하셨는데 시골 학교에선 획기적인 일이었고 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기도 했다. '날이 샜다 활짝, 일어나라 얼른~,' 지휘할 때의 그 박력 있고 멋진 모습이 생경해서 우리들은 서로 쳐다보며 킥킥 웃기도 했었다. 참 열심이었고 재미있었던 초등학교 그 당시를 떠올리면 선생님이 더욱더 그리워진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신 선생님, 전근을 가셔서도 편지를 해서 너는 꼭 대학을 가야 한다고 항상 격려해 주시던 선생님, 돛을 단 배 사진에 '의문을 갖자!'라는 글귀를 적어서 교실 뒤에 붙여 두셨는데, 그때까지도 그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참 의문이었던 우리들에게 사랑을 주시고 큰 꿈을 갖게 해주신 선생님이시다. 이후 건강 때문에 시골의 전원생활을 하시다가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 도시로 들어오셨다. 늘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연락 하는 게 고작이다. 나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선생님처럼 아름답게 늙고 싶다.

 

몇 년 전 선물로 휴대폰 고리를 사 갔는데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으시던 선생님, 선생님다우시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빚으신 도자기 컵을 선물로 주셨고 방 안의 인테리어까지도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늘 조용하시고 책을 가까이 하시고 꾸밈없지만 멋쟁이시고 주름조차도 아름다우신 인품에서 향기 나는 선생님, 아직도 이런 편지를 제자에게 보내 주시다니... 내 인생의 본보기가 되어주시는 너무도 고마운 선생님이시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마음 속에 보배를 간직한 것과 같다.  오늘은 선생님께 마음을 담은 편지 한 장 써야겠다.

 

 

 

 

 

 

 

 

 

 

40 여년 전 이 편지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