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

임영웅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보랏빛 엽서

몽당연필^^ 2020. 3. 9. 22:04

이 설렘 얼마만이냐!



이 얼마나 오랜만의 설렘이냐?

내게 이런 야릇한 설렘의 감정이 있기나 했던가?

참 이상한 감정이다. 왜 이런 감정이 들지?

***   ***   ***   ***


온 나라가 코로나 때문에 난리다.

특히 대구는 온통 위험한 지역처럼 고립되어 있다.

나다니면 죄인 취급하기 때문에 몰래 다녀야 할 정도다.

그만큼은 아닌데 텔레비전에서 종일 위험성을 말하고 있으니

일상생활은 하지만 거의 한 달을 개별 접촉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출근도 하고 헬스도 가고 했지만 누구와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 적이 없다.


사흘 내리 집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으니 정말 세상에서 고립된 것 같다.

어깨와 목줄기가 당겨서 컴퓨터도 책도 가까이 할 수가 없다.

텔레비전 앞에서 뉴스를 보면 도로 병이 걸릴 것 같아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니

'미스터 트롯'이란 프로가 진행 중이었다. 한 달 전인가 언뜻 봤었는데

그 때 여러 명 중에 임영웅이란 이름의 가수가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가수가 나왔다 . 일단, 스타일부터 여느 트롯 가수와는 달랐다.

진정성이 묻어나는 표정과 목소리로 담담하게 거기다가 중간에 휘파람까지 넣어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는데 완전 몰입하게 되었다. 진~짜 잘한다.


평소 트롯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터라

미스 트롯을 본 적도 없고 미스터 트롯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재방송인 것 같았다. 열 네명이 모두 열심히 불렀는데 임영웅만 눈에 들어왔다.

노랫말 때문인가? 회색 슈트가 잘 어울리는, 목소리도 표정도 과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순간 어디선가 본듯한, 내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나? 이 야릇한 마음...

그랬구나! 아주 아주 오래 전 태백 눈꽃열차를 타고 친구와 여행을 갔을 때

거기 각설이 공연을 하던 사람, 그 때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한번 있었다.


트롯은 신나고 슬프고 대중과 함께 하는 장르는 맞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영웅이 설운도의 '보랏빛 엽서'를 불렀다. 똑같은 노래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

~보랏빛 엽서~에~ 꺅~! 첫 소절에서 심장이 쿵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아! 이런 느낌, 이건 뭐지?

사춘기 시절, 좋아하는 남학생 앞에서 심장이 쿵쾅거리던 그 느낌... 그야말로 보랏빛 엽서를 받은 느낌,

내리 사흘 재방송을 보면서 별 일이다. 참 별 일이다. 노래가 아닌 가수까지 이렇게 좋아지다니...

연예인들 좋아하는 학생들이나 아줌마들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런 마음인가?

누구에겐가 이야기를 해서 공감을 나눠야 하는데 유치하다고 할까봐 의견이 다를까봐 말을 못하고 있다.

오래 갇혀 있어서 사람이 그리운 건가? 빨리 이런 마음이 없어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