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 /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하루 일을 마감하려고 변기에 앉았다.
볼일을 보고도 멍청히 한참 앉아 있었다.
온몸에 힘 빼고 변기에 앉아서
하염없이 쓸쓸히 바라본 벽면
수건걸이에 걸린 수건이, 숫자가 눈에 띈다.
그가 받아 온 수건, 1989.10.31. 한국전력공사
계산을 잘못했나? 이렇게도 많은 세월이 흘렀나?
그 2년 뒤 무슨 일이 있을지 전혀 모르고...
아, 그 이튿날 둘째가 태어났구나.
어떻게 저 수건이 오늘 여기 걸려 있는 걸까?
대청소를 하다가 꺼내 놓았나?
아침에도 보지 못했는데
하필이면 이 밤 여기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당신을 만나고 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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