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시월의 마지막 밤 /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몽당연필^^ 2015. 10. 31. 23:17

 

시월의 마지막 밤 /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하루 일을 마감하려고 변기에 앉았다.

볼일을 보고도 멍청히 한참 앉아 있었다.

온몸에 힘 빼고 변기에 앉아서

하염없이 쓸쓸히 바라본 벽면

수건걸이에 걸린 수건이, 숫자가 눈에 띈다.

그가 받아 온 수건, 1989.10.31. 한국전력공사

계산을 잘못했나? 이렇게도 많은 세월이 흘렀나?

2년 뒤 무슨 일이 있을지 전혀 모르고...

 

, 그 이튿날 둘째가 태어났구나.

어떻게 저 수건이 오늘 여기 걸려 있는 걸까?

대청소를 하다가 꺼내 놓았나?

아침에도 보지 못했는데

하필이면 이 밤 여기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당신을 만나고 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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