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마음의 똥 / 정호승

몽당연필^^ 2014. 12. 2. 14:07

 

                                           (펌 사진)

 

내 어릴 때 소나무 서 있는 들판에서

아버지 같은 눈사람 하나 외롭게 서 있으면

눈사람 옆에 살그머니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똥을 누고 돌아와 곤히 잠들곤 했는데

그날 밤에는 꿈속에서도 유난히 함박눈이 많이 내려

내가 눈 똥이 다 함박눈이 되어 눈부셨는데

이제는 아무 데도 똥 눌 들판이 없어

아버지처럼 외롭고 다정한 눈사람 하나 없어

내 마음의 똥 한 무더기 누지 못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 벌써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다.

오늘 교무회의 '화요 시낭송' 시간에

어느 선생님이 낭송한 시, 마음에 와 닿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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