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의자 / 이정록

몽당연필^^ 2014. 11. 17. 23:16

 매주 화요일 아침 교무회의 시간에 순번으로 돌아가며 시 낭송을 한다.

많고 많은 시 중에 가을과 어울리지 않는' 의자'라는 시를 낭송했다.

이 가을 '그리움'이란 단어 대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이 시

우리는 누구에게 의자가 되고 있는가?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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