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견학 코스에 소설가 최명희 문학관이 있었다.
전주에 다녀와서 이리도 가슴 뿌듯하고 꼭 가 봐야 할 곳이라고
한 이유가 아마 이 최명희 문학관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왜 삶의 바깥쪽으로 밀쳐놓았을까?
전주라는 도시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거기 누구 아는 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도
바로 소설가 최명희의 고향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혼불>의 작가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었다.
오직 글 쓰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 해 모든 것을 바친 작가,
자기가 하는 일에 이토록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한 그 아픈 말-
<혼불> 10 권을 읽으며 그의 작가정신에 무한 경의를 표했었다.
우리의 풍습이나 우리의 언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었는지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글쓰기를 쉽게 생각하지 않고
얼마나 공들이고 얼마나 생각하며 얼마나 신중하게 썼는지 알 수 있다.
아무나, 아무렇게 쓰는 글이 많은 요즘, 문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남원에 있는 <혼불 문학관>보다 아담했지만 생가였다고 생각하니 더 정겹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독자참여 필사본(여기에 물소리님 것도?^^)
최명희 작가에게 꼭 어울리는 단어 필사(必死, 筆寫)
-나는 글씨를 사랑한다. 나의 넋이 담긴 그 무늬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것은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는 것이다.-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나 1998년 세상을 떠난 작가 최명희
글자에 작가의 혼이 보이는 듯하다.(어쩜 글씨체가 이렇게도 그와 흡사할까? 부드러우면서도 힘있고 예술적이고 문학적이고...ㅎㅎ)
오래 전 <혼불>에 관한 공부를 좀 하려고 이 책 10권을 읽었다. 4권까지는 그야말로 밑줄 그어가며 자세히 읽었다.
후반부는 자료의 나열이 너무 많다는 생각으로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해서 읽는데 시간이 한참 걸리긴 했다.
그 당시 작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논문이나 자료도 많이 없었고 게으른 나로서는 너무 힘든 작업이라
그냥 그렇게 작가를 흠모하다가 흐지부지 세월이 흘러버렸다. 이제 내용도 가물가물...
<혼불>을 너무 생각하다가 으시시한 대나무 밭과 붉은 색 글씨의 저 책이 꿈에 나타나서
한 동안 무서워서 책을 거꾸로 꽂아둔 적이 있었다. <혼불>이라는 제목과 붉은 글씨의 책 표지,
책의 내용과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는 작가가 겹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책도 사람도 소중하고 정겹고 보고싶고 아쉽고 그렇다.
문학사에 큰 획을 남긴 소설가 최명희, 그의 말대로 참 잘 살다가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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