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 빠르다.
봄인가 싶었는데 여름이다.
서른 잔치가 끝났다고 아쉬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십 잔치가 끝난 지 오래다.
내게는 있지도 않을 것 같던 예순이란 나이가 보인다.
꽃무늬 하늘하늘한 봄 원피스를 입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했는데
봄옷을 입을 겨를 없이 여름이다.
봄꽃들 자세히 좀 들여다보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이미 봄꽃들 다 져버렸다.
손이 손을 감싸면 네 손이 내 손인듯
끈적함 없는 보송한 사랑 나눌 수 있는
봄날이 있을까 했는데...
있을까 했는데...
시속 200킬로미터
봄날은 간다.
그렇게 '반나절 봄'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 *** ***
봄을 알리는 살구꽃, 복숭아꽃, 앵두꽃 다 지고 나면
봄꽃의 마지막이라고 할 사과 꽃이 온 동네를
하얗게 덮었다. 사과 꽃이 지고나면 일손이 바빠진다.
‘사과꽃 향기’란 말은 정말 향기롭다.
그러나 사과꽃 향기는 향기롭지 아니하다.
내 등록금을 만들어 주던 고향집 바로 앞의 사과 밭
오월 한낮의 뙤약볕과 하얀 정적.
하얀 사과나무, 하얀 사과 꽃...
그 때부터 봄날은 가고 힘든 과수원 일이 시작되던...
사과꽃 향기 속엔 고향이 있다.
내 유년의 봄날이 있다.
오늘, 봄날의 끝에서 그리움을 퍼붓는다.
지난 주 문경 찻사발 축제 다녀 오는 길... 누구야? 이래서 블로그를 못 믿는다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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