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을 보며
- 김 윤 배 -
다시 괴로움은 없겠다
기울어야 할 곳에서
기울 줄 아는 말들의 숲
푸른 목질 속으로 길어 올리던
말들을 되돌려 보내며, 한여름
숨 가쁘게 길어 올린 말들이
괴로움이었음을 깨닫는다
욕심껏 껴안았던 햇살 풀어주며
혓바닥까지 붉어진 말들
뿌리 곁으로 되돌아간다
가을 햇살이
내 다공의 몸 속 환하게 밝힌다
몸 속 붉은 강물
소리 없이 빠져나가고
서러운 모습으로 드러나는 풍화의 골짜기
그곳에 험한 세상 건너지른
나의 거친 발이 있다
세상을 길어 올리며
정맥이 불거진 발의 노역을 두고
말들이 기울고 있다
말이 기울면 모든 것이 기운다
* 김윤배 시집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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