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이다.
고등학교와 함께 있지 않아서 별 상관없이 정상 수업을 했다.
수험생들은 오늘까지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공부 했을까?
지금 이 시간 수험생들은 마음의 짐을 벗고 있을까?
또 다른 마음의 짐을 더하고 있을까?
오늘 하루 이 시험을 위하여 모든 것 다 접어 두고
그동안 공부에만 매달려 있었을 걸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다.
낮에 그렇게도 시끌벅적대던 학교는 너무나 조용하고
학생들이 다 돌아간 텅 빈 운동장엔 적막감이 깃든다.
오늘 하루 학생들은 무얼 배우고 갔을까?
수능을 보기 위한 지식만을 배우고 갔을까?
수능이 끝나면 다 날아가 버리고 점수와 경쟁만 남는
삭막한 인간성만 배우고 간 건 아닐까?
그동안 고생한 수험생과 가족들과 교사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이 사회에 필요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길...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순례11>
*오늘 수능 언어 영역 문제에 출제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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