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놀토가 있는 금요일 오후,
동료들과 저녁 먹고 차 마시고 팔공산 '아름다운 길'을 한바퀴 드라이브하고 왔다.
밤이라 단풍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불빛에 비치는 단풍잎,
단풍잎에 내리는 빗줄기, 비에 젖은 낙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적당하게 쌀쌀한 날씨에 친구와 한쪽 어깨 맞대고
우산 하나 같이 쓰고 낙엽길을 걸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했다.
밖으로 나가서 걷자고 하니 모두 비 맞을까봐 내키지 않아했다.
그렇다. 창 넓은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서 가을 풍경을 즐기는 것이 더 좋을 나이다.
아니, 이십대 동료도 있었으니 '나이'는 아니고 가슴으로 주고받을 '사랑'이 없다.
남의 잘못을 몇 시간씩 거론할 냉철한 이성은 있어도
가을비를 함께 맞을 따스한 감성은 잠시의 생각만으로 끝나고 만다.
그래도 비 오는 가을 저녁 잠시나마 감동의 순간이 있었으니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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