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한번의 봄을 보내는구나.
벚꽃이 머리에 내렸다.
시간을 털듯이 머리를 털었다.
털어지지 않는다.
떠나가기 싫은가보구나.
머리에 앉은 시간의 무게가
하얀 벚꽃으로 내려앉는데...
몇 번을 털어내도 자꾸만
벚꽃으로 보이는 더 서글픈 노안
마음도 벚꽃 되어 분분히 흩날리고...
그렇게 또 봄ㆍ날ㆍ은ㆍ간ㆍ다.
<월욜까지 황금같은 연휴다. 토욜 꽃구경 간다고 무작정 나왔다. 벚꽃은 봄비에 이미 거의 다 져버렸고...
가다보니 청도 '하늘 정원', 그냥 들어가 봤는데 아뿔사! 이 곳은 밤에 와야 멋있는 불빛 축제장, 근데 꽃운동화 신고 와야 할 곳 맞네.^^ >
<멀리 보이는 흰 건물이 청도 소싸움 경기장 ... 어떤 싸움이든 싸움은 싫은디...^^ >
머리카락을 유심히 볼 시간이 없었다.
그저께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 벚꽃나무 밑을 거닐다 왔다.
정수리에 하얗게 내려앉은 것이 벚꽃인줄 알고 털었지만...
당장 미용실에 갔다. 염색을 하려다가 파마를 했다.
내 생에 두 번째로 웨이브가 들어간 파마를 했다.
여고 졸업직후 파마를 한번 해본 이후, 머리가 크고
머리숱이 많다는 이유로 파마를 한번도 하지 않은 터다.
봄비는 오는데 36년 만에 파마를 하고 꽃무늬 운동화를 샀다.
운동화 역시 다리가 짧다는 이유로 일년에 몇번 신지 않는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이것인 것처럼...
내게도 눈부신 봄날이 있었던가.
하얀 벚꽃 내 머리로 무수히 내려앉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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