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언니를 보내고
6월 / 언니를 보내고
안양 중앙성당 마리아상 (펌)
6월은 여름이 시작되지만 마음은 엄숙하고 스산하다. 그저께 일요일 둘째 언니를 영영 보내고 왔다. 언니가 다니던 안양 중앙 성당에 여섯 자매 중 남은 네 명이 모였다.
재작년 85세의 첫째 언니를 보내고 그저께 84세의 둘째 언니를 보내고... 결혼 후 둘째 언니와 이웃에서 함께 살며 친구처럼 붙어 다니고 매일 통화를 하던 셋째 언니는 가슴을 치며 오열을 했다.
제망매가를 지은 월명사 생각이 났다. 그러나 한 가지에 태어난 형제이지만 자주 보지 못한 탓에 슬픔도 그만큼 진하지 않았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같다. 우리 여섯 형제가 모이면 둘째 언니는 개그맨보다도 더 우리를 웃겨 주곤 하던 때가...
딸 여섯 중 가장 못생긴(?) 둘째 언니 하필이면 둘째 언니를 닮았다고 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너 나 닮았다고 해서 울었다며? 내가 어때서? 하며 유쾌하게 웃겨 주던 그때 그 모습이 떠오른다.
언니가 있던 자리는 늘 웃음이 있었다. 그 언니도 할머니가 되고 이제 세상을 떠났다. 안양에서 따라온 낮달이 늦은 밤 우리집까지 따라 왔다.
6월 / 이외수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