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을 저녁의 시

몽당연필^^ 2015. 11. 22. 19:53

 

 

종일 흐린 날씨다.

11월, 바람 불고 추운날씨는 아닌데도

우울하고 을씨년스런 가을 분위기다.

 

그저께는

선산을 돌보고 부모님 제사를 모셔주던

양자 오빠가 그 선산으로 그렇게 돌아가셨다.

 

오빠라예? 전화를 하면

그래 잘 있나? 하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휴대폰에서 다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들

 

이제 새로운 전화번호를 추가시키는 일보다

삭제해야 하는 전화번호가 많아진다.

이 밤 또 누가 죽어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숫자를 누르면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숫자 하나 누르는 일이 그렇게도 어려웠나?

삭제해야 할 때 비로소 밀물처럼 밀려오는 회한...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로움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