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벌초하러 가는 날 / 나꼼수^^

몽당연필^^ 2014. 9. 6. 23:42

 

 

 

어쩌지?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철저하게 지킨다고 생각하는데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럴까? 저럴까?

어느 것이 공일까? 참으로 명분이 서는 공일까?

작년에도 학교일이 바쁘다고 하고 아이들만 보냈다.

대부분 언제나 회사일이 바쁘고 언제나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공적인 일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지도 모른다.

 

벌초하러 가는 날이다. 당연히 시댁엘 들러야 한다.

가긴 가야 하는데 어떻게든 빠지고 싶은 그런 일이다.

토요방과후가 있어서 사실 토요일도 늘 출근한다.

그러나 오늘은 명절 앞이라 하루 휴업을 해도 무방하다.

결국 나는 공을 앞세우며 휴업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일 때문에 못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벌초를 하러 가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

오히려 하루 결근하고라도 산소에 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몇 명 되지 않는 그 학생들을 참으로 생각해서일까?

참으로 공적인 일에 책임감이 강해서일까? 

 

정규수업이라면 당연히 빠지면 안 되겠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인데

공적인 일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솔직히 말하면 힘 드는 일을 하기가 싫은 것이다.

벌초야 직접 하지 않지만 우선 먼 거리인 산소까지 가는 것도 힘이 들고

무엇보다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 가장 하기 싫은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꼼수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되지. 벌초를 하러 간다고 전화했다.

그런데 여자들은 이번엔 안 간다고 하신다.

아이구, 잘됐다. 그러면 저도 못갑니다요.

그러나 또다시 생각해 보니 양심에 걸린다.

다음에 정말로 바빠서 못갈 수도 있으니 가는 것이 낫겠다.

 

결국 수업을 하루 쉬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학생들은 대환호다.

쉬는 것이 학생들을 위하는 것이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행사에 어떻게 하면

빠질까를 생각하진 않았는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았을 때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가 간들 알겠냐만, 아니 알 것이다.

먼저 가신 어른들을 만나 뵙고 벌초를 하고 오니

마음은 한결 편하다.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추석이다.

내일 시댁에 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 도리일 것이다.

 

                               

     <사촌끼리 약속이나 한듯이... 군 작전 중이 아님^^>

 

 

              <큰아버지에게 예초기 사용 전수를 받고>

 

                           

        <물려받은 예초기로 실행에 옮기는 차세대^^>

 

                  

             <예초기 사용 후 갈쿠리로 긁어내기>

 

 

 <노동 후의 휴식, 도리를 다하고 나면 뿌듯함이...  점심 시간^^>

 

  <새로 산 스마트폰으로 시험 중, 몰래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