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바쁜 척?
누구에게나 하루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다.
그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기준이나 평가기준이 달라진다.
나는 봉사활동이나 사회활동이나 종교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맨날 바쁘다고 말한다. 바쁘다고 말해서 친구와도 소원해지고
주위 친척들도 나는 늘 바쁠 거라고 큰일에서 제외시킨다.
나만 직장 다니는 것도 아닌데 정말 직장에서 할 일이 많은가?
나만 많은 것은 아니다. 모임이 많은가? 그것도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오늘도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고구마 줄기 다듬어서
반찬 몇 가지 하고 국 끓이고 아침밥 한 것 밖에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그러면서 토요일은 할 일이 많다고 약속을 하지 않았다.
아침 5시 50분에 일어나서 7시에 출근하고
4시 반 퇴근해도 되는데 늘 할 일이 있다고
저녁 일곱 시, 여덟 시가 넘어야 퇴근하고...
평일 저녁 약속은 아예 잡을 생각도 않고
집에 가서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집에 오면
책 본답시고 텔레비전조차도 보지 않고 10시 반만 되면 자고...
나는 바쁜 게 아니라 바쁜 척 하는 게 아닐까?
나의 이 바쁜 척 하는 말 때문에 사람들과 멀어지는 건 아닐까?
어쩜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바쁜 척 하는 건 아닐까?
24시간을 정말 효율적으로 쪼개서
자기관리 다 하고, 놀 것 다 놀고
할 것 다 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본다.
나는 왜 맨날 시간이 없다고 하는가?
왜 여유롭게 여행 한번 다니지 못하고 마음 편히 쉴 날이 없는가?
짜증난다. 나는 왜 늘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처럼 느껴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긴 하다.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늘 책을 봐야 될 것 같고,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항상 있어왔다.
그래서 다른 것 하는 시간이 늘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맨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제대로 된 글 하나 쓰지 않으면서 뭐 그리 바쁘다고...
또 있다. 정말 현실적인 문제이다.
그렇다. 컴퓨터 때문이다. 이건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로 일을 하고부터 시간이 없다고 한 것 같다.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하고부터 나의 일 하는 속도가
오히려 느려지기 시작한 거다. 젊은 사람들 한 시간 할 일을
나는 두 시간 걸려서 하니 당연히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또 있다. 블로그 때문이다.
나는 인터넷을 즐기지도 않고 다른 블로그에 잘 방문하지도 않는다.
블로그 개설 2주년이 넘었지만 친구가 단 두 명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컴퓨터 앞에 전보다 훨씬 자주 앉게 되고
블로그로 인해 하루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다.
지금도 숙제가 많은데 (아, 이 숙제도 컴퓨터로 해야 된다.)
이러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그러면 블로그를 하지 말까?
그러면 컴퓨터를 하지 말까?
그렇다. 그러면 직장을 그만 두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