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길 함께 걷다 / 2012년 4월 14일 토요일
2012년 4월 14일 토요일 12시 42분 그 분을 만나다
마음을 외출시켰다가
누군가를 보내고 돌아온 지금
가장 편안하던 우리 집이 갑자기 낯설어서
한참을 여러 겹 쪼그리고 앉아 여기가 어딘가 생각하고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것-
무엇을 기다리거나 누구를 기다리거나
설레고 떨리고 마음 졸이게 하는 마법 같은 것이다.
어제부터 그저께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온통 그 기다림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의 생각을 볼 수 없도록 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온통 딴 생각이면서 시침 뚝 따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는 일생동안 얼마나 많은 기다림을 대하며 살아갈까?
우리의 한 평생은 거의 기다림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다림이 없다면 살아가야할 이유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 많은 기다림은 희망을 주고 절망을 주고 기쁨을 주고 아픔을 주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 더군다나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것-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것 같은 희열과 아찔한 저림이 함께 온다.
12시 34분에 도착한다고 하셨다.
떨리는 마음을 줄이려고 기대감을 반으로 줄이고 출구 앞에 섰다.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서 있다.
저마다의 누군가는 자신을 기다려 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 곳을 지나갈 것이다. 설령 헤어지기 위한 만남이어도
만남이란 잠시나마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어떻게 해서 내가 여기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까?
사람들이 우루루 지나갔다. 어떤 분일까?
나를 몇 달간 흔들리게 하고 꿈꾸게 한 그 분은?
지나가셨나? 아니야. 느낌이 오는 분이 있을 거야.
바로 그 때 직감적으로 느낌이 가는 사람,
기다림의 끝, 아니 기다림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는
그 분을 만났다. 기다림의 끝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을 때
오히려 꿈처럼 느껴지는 잠시 백지 상태의 아득함-
봄이 되면 언제나 벚꽃은 어김없이 피어왔을 터이다.
수성못가 벚꽃을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걷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은 늘 바람으로만 남고 세월은 이렇게도 많이 흘러서
벚꽃 피고 지기를 벌써 몇 번이나 되풀이 했는지 모른다.
오늘 이 벚꽃을 만나기 위해 지난 유월부터 소쩍새는 그리도 울었나보다.
유월 여름비 오던 날 블로그와의 첫 만남, 그 가슴 뛰던 날을 떠올려 본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이제사 걸어 본 수성못가의 벚꽃길
생각하면 어렵지도 않은 일인데 내겐 왜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었을까?
작년에도 벚꽃은 피었고 내년에도 벚꽃은 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수성못가의 벚꽃길과 금호강변의 벚꽃길은
먼 어느 날 마음이 메말라 갈 때 마음을 적셔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될 것이다. 벚꽃 피고 지는 풍경 속에는
가슴 떨리게 하던 아름다운 사람이 항상 겹쳐질 것이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던 사월 어느 날의 그 따스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내게도 이런 풍경화 하나 간직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에게 고마울 뿐이다.
즐거웠다고 행복했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냥,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린다.
지금쯤 무사히 잘 도착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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