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문학 편지/이병률)

몽당연필^^ 2011. 10. 15. 16:40

 

 

 

 가끔은 생각이 나서
가끔 그 말이 듣고도 싶다

 

어려서 아프거나
어려서 담장 바깥의 일들로 데이기라도 한 날이면
들었던 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어머니이거나 아버지이거나 누이들이기도 했다
누운 채로 생각이 스며 자꾸 허리가 휜다는 사실을 들킨 밤에도
얼른 자, 얼른 자

 

그 바람에 더 잠 못 이루는 밤에도
좁은 별들이 내 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얼른 자, 얼른 자

 

그 밤, 가끔은 호수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터져 펄럭이던 살들을 꿰맨 것인지
금이 갈 것처럼 팽팽한 하늘이기도 하였다

 

섬광이거나 무릇 근심이거나
떨어지면 받칠 접시를 옆에 두고
지금은 헛되이 눕기도 한다
새 한 마리처럼 새 한 마리처럼 이런 환청이 내려앉기도 한다

 

자고 일어나면 개벽을 할 거야

 

개벽한다는 말이 혀처럼 귀를 핥으니
더 잠들 수 없는 밤
조금 울기 위해 잠시만 전깃불을 끄기도 한다


                        ― 이병률,「새날」 중에서 '찬란'

 

 이메일로 오는 '행복한 문학 편지'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