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2011년 8월 17일 오전 10:23 (닭의 하안거/고진하)
몽당연필^^
2011. 8. 17. 10:26
늘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발이 저려서인가?
문학편지로 온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닭의 하안거(夏安居) /고진하
이 오뉴월 염천에 우리 집 암탉 두 마리가 알을 품었다
한 둥우리 속에 두 마리가 알도 없는데
낳는 족족 다 꺼내 먹어버려 알도 없는데
없는 알을 품고
없는 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이 무더위를 견디느라 헉헉거린다
닭대가리!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부르진 말아다오
시인인 나도 더러는
뾰족한 착상의 알도 없으면서
없는 알을 품고
없는 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뭘 좀 낳으려고 끙끙거릴 때가 있나니
닭대가리!
제발 그렇게 부르진 말아다오
그러고 싶어 그러고 싶어 꼭 그러는 게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