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2011년 8월 15일 오후 02:05 (희망과 절망)

몽당연필^^ 2011. 8. 15. 14:30

 

희망과 절망 

 

기다림이라는 건 이렇듯 언제나 희망과 절망을 공유한다. 거의 한 달간을 희망과 절망을 넘나들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몇 차의 심사를 거쳐서 이제 막바지 결정이 내일이면 난다. 누구를 통하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것을 뻔하게 알면서도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아니 요청하지 않았다. 나의 요청을 받고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다.

 

험난한 세상을 혼자서는 헤쳐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도움을 요청하기는 어렵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으니 더더욱 부탁은 어렵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전화기를 몇 번씩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마음을 비운다. 공개채용이니 내일을 기다려 보자. 물론 객관적으로 봐서 떨어지겠지.

 

여름 내내 원서 내고 수업안 짜고 수업 실연 대비하고 기다리고... 아들 딸 또래 되는 교사들과 경쟁을 해야되니 사실 내 나이가 많긴 하다. 그러나 나는 가장이고 이 나이에 내가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새로운 것을 다시 시작하기에 모든 것이 너무 늦다. 20여 년간 해온 이 일, 국어, 논술을 가르치는 일 이외에 잘하는 것이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데 그럴 성격이 못 되고... 빨리 내일이 지났으면 좋겠다. 내일이 지나면 공부하던 책을 다 치우리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차분히 정리를 하리라. 내 나이가 너무 많다고 하면 수긍하리라. 원하지 않는 곳에 억지로 들어가는 것도 순리에 어긋나는 것이다.